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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줄면 쾌감 느껴"...키 155cm 26kg까지 뺀 소녀의 앙상한 몸

일본 청소년들 시아에서 거식증을 앓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인사이트거식증에 걸렸을 당시 18살 와타나베 유안의 모습 / CBCテレビ 'チャント!'


작은 얼굴이 커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몸, 뼈가 훤히 드러나는 팔에서 소녀의 섭식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최근 일본 청소년 사이에서는 극단적으로 식사를 제한하는 거식증이나 과식을 하는 과식증 등 섭식 장애가 늘고 있다.


일본 섭식장애학회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친구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쌓인 스트레스 등이 계기가 되어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10대 섭식 장애 환자가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 방송된 일본 CBC테레비 '챈트!(チャント!)는 섭식 장애를 앓고 있는 두 명의 여성을 인터뷰하며 섭식 장애의 심각성을 알렸다.


인사이트CBCテレビ 'チャント!'


아이치현에 사는 33세 여성 A씨는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식사 제한을 하는 섭식 장애의 일종인 거식증을 앓고 있다.


그녀는 18살 때부터 15년 이상 이 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키 158cm 여성의 표준 체중은 약 55kg이지만, 그녀의 현재 몸무게는 38kg에 불과하다.


A씨는 "가장 체중이 적게 나갔을 때는 27kg 정도였으니 (그래도) 꽤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30kg일 때도 '아직 더 빼고 싶다'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말라 뼈가 보일 정도였다. 뼈가 보이면 보일수록 더 기뻤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60kg 정도 몸무게였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살을 빼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이 거식증에 걸린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에 집착하면서 먹는 음식이 점점 줄어들었다.


인사이트CBCテレビ 'チャント!'


A씨는 "멋을 내고 화장도 해야 할 때라 체형과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 칼로리가 무서워서 된장국은 작은 무나 미역만, 당근과 곤약만 썰어서 먹었다. 하루 30칼로리 이내로 먹었다"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잘 먹어야 할 청소년기, 하루에 약 2,000칼로리를 섭취해야 했지만, 그녀는 거의 먹지 않으면서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않았고 이런 생활을 6개월 이상 지속한 결과,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체중이 18kg 줄어 42kg가 되었다. 이때부터 멈출 수가 없었다고.


27세 때는 체중이 27kg까지 줄어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걷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했으며, 옷을 벗고 입는 것도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체온은 34도까지 떨어졌고, 맥박도 느려져 한때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였다.


인사이트CBCテレビ 'チャント!'


그로부터 6년, 그녀는 조금씩 먹기 위해 노력한 결과 체중은 늘었지만 지금도 외식은 하지 않고 마트에 가서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고를 수 없다고 한다.


식사는 쌀밥 대신 칼로리가 낮은 오트밀이 주를 이룬다.


A씨는 "지금까지는 채소만 먹었는데, 살을 찌우기 위해 고기나 생선, 콩류는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그녀는 최근 과식하는 과식증 증상도 겪고 있다. 과식을 하고 토한 뒤 편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요즘은 매일같이 과식과 구토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친구 관계도 나빠지고 외로워졌다. 지금, 이 순간은 한순간일 뿐인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인사이트거식증을 극복한 와타나베 유안 / CBCテレビ 'チャント!'


초등학생 때 거식증에 걸린 소녀도 있다.


아이치현 세토시에 사는 18살 소녀 와타나베 유안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거식증에 걸렸다.


유안은 "성격적으로 내가 제일 예뻐야 마음이 놓이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날씬한 사람의 사진을 보면 '이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게임처럼 생각했다. (체중이) 줄었을 때의 쾌감에 점점 빠져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밥을 먹지 않으며 체중을 계속 줄여나갔고 초·중학생 때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아침밥은 먹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급식은 한 두 입만 먹었다.


당시 유안의 키는 155cm였지만 몸무게는 26kg까지 줄었다. 이 때문에 유안은 표정도 잃었다.


인사이트CBCテレビ 'チャント!'


유안의 엄마는 "설마 초등학생이 (거식증에) 걸릴 줄 몰랐다.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안이 거식증을 극복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엄마의 권유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Vegan)'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몸에 좋다고 알려진 발효식품에 관심을 두면서 누룩 조미료를 직접 만들고 있다.


직접 만든 발효 조미료 등을 넣고 계란과 우유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과자를 만들어 판매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유안은 "역시 먹고 싶은 것을 먹었을 때 몸이 더 기뻐하는 것 같다. 자유롭게 즐겨도 좋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CBCテレビ 'チャント!'


한편 일본의 국가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인 섭식 장애 환자는 약 24만 명으로 추산된다.


섭식 장애의 사망률은 약 5%에 달해 정신질환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현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섭식 장애 지원단체 '섭식 장애보다 길'의 스즈키 요세 대표는 "최근 SNS에서 마른 아이들을 보고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라며 우려했다.


성장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섭식 장애는 주의해야 할 질환이므로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체중 변화를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ouTube 'CBCドキュメンタリー'